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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줄거리
남파공작원들에 의해 급조된 북파공작원들은 북파공작에 성공하면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의 명예를 주겠다는 약속 하에 31명의 사형수들이 모이게 된다. 그들은 더 이상 갈 곳도 없었고, 존재에 대한 기록조차도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의 존재를 다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김일성의 목을 베어오는 것뿐이다.
2년간 외딴 섬 실미도에서 그들은 죽기 살기로 훈련을 받는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명목 아래 비인간적인 훈련들이 자행된다. 중앙정보부의 지시 아래 이들을 불러 모은 이는 최재현 준위다. 그리고 그들의 훈련을 맡은 이는 조 중사와 박 중사이다. 사형수들의 컨트롤이 어려웠기에, 그들도 강도 높은 훈련을 강행했다. 그들의 임무는 684 북파공작원들을 세계 최고 전투인력으로 만들어 김일성의 목을 따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훈련을 받는 동안 실미도 밖의 상황은 변해가고 있었다.
김일성의 목을 따는 날만을 기다리며 목숨을 바쳐 훈련에 임한 684 북파공작원들. 훈련 도중 목숨을 잃는 대원까지 나오게 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묵묵히 훈련에 임한다. 드디어 실행일이 다가왔다. 비가 억수처럼 몰아치던 어느 밤, 684 부대원들은 출정을 나서게 된다. 하지만 실미도 밖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출정은 잠정 중단된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언제 출정을 다시 나갈 수 있는지도 모른 채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던 684 대원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최재현 준위는 대원들을 위해 상부를 만나러 갔지만, 돌아온 지시는 냉혹했다. 나라의 정세가 평화로워졌으니 야만적인 684 북파공작원들을 조용히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최재현 준위를 포함해 그들을 훈련시킨 간부들까지 모두 처단하겠다는 중앙정보부의 경고가 뒤따랐다.
최재현 준위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684 대원들은 그들의 노력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점점 불안과 분노가 커져갔다. 배신감에 휩싸인 대원들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훈련은 이제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변해갔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을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부와 대치하게 된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684 대원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국가와 맞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던 최재현 준위는 간부들과의 회의 내용을 일부러 강인찬이 들을 수 있도록 흘리게 된다. 평소 대원들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했던 박 중사는 자신이 살기 위해 대원들을 몰살시킬 계획을 세웠고, 대원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이 대했던 조 중사는 이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 속에서, 박 중사는 684 대원 몰살 계획을 위해 조 중사를 출장 보내자고 제안했고, 최재현 준위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강인찬과 그의 동료들은 간부들보다 먼저 행동에 나선다. 조 중사가 출장을 떠나는 날, 그들은 작전을 시작한다. 최재현 준위를 포함한 모든 간부들을 죽이고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실미도를 빠져나가 시외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향하는 684 북파공작원들. 하지만 잔인한 무장공비라는 뉴스가 퍼지면서 그들은 사살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절망 속에서 아무것도 알수 없던 그들은 스스로 버스에서 자폭했다.
출장으로 인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조 중사는 그들을 말리려 했으나,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였다. 그는 망연자실한 채, 그들이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삶을 마감한 것을 지켜보게 된다.
등장인물
강인찬(설경구)
684부대 훈련병 중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월북을 했다는 이유로 늘 빨갱이 소리를 듣고 자란 강인찬은 조직폭력배 행동 대장이다. 사형을 판결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도중 684부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들어가게 된다. 항상 어머니를 생각하고 사진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최재헌(안성기)
공군 특수부대 준위로 684부대 대원들을 선별하고 그들을 훈련시키게 된다. 영화에서 그는 북한을 수십 회 이상 드나드는 베테랑 요원이다. 그 누구보다 부대원들을 아끼고 작전을 수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상부의 명령은 그들을 모두 없애라고 한다. 하지만 최재헌은 아끼는 부대원들을 그냥 죽일 수 없어 강인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게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끝내 자살을 한다.
조돈일(허준호)
부대원들을 엄청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중사이다. 강인찬이 몰래 어머니 사진을 보고 있을 때 그 모습을 포착하여 절대 봐주지 않고 사진을 모두 찢어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로 보이지만 은근히 부대원들을 챙기는 인물이다. 퇴출을 당해야 마땅한 부대원도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남겨주고 마지막에는 누구보다도 부대원들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한상필(정재영)
영화 초반에는 강인찬과 가장 사이가 안 좋은 인물로 사형수이다. 아마 무리에서 가장 우두머리가 되고 싶었지만 강인찬의 존재로 그러지 못해서 그랬던 부분이 있는 거 같지만 추후 점점 사이가 좋아지고 최종 전투 시 가장 앞장서서 나서는 리더십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조근재(강신일)
다른 부대원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굉장히 의젓하고 통제를 잘 하는 인물로 조직폭력배 보스이다. 조직폭력배 출신답게 싸움도 굉장히 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 전투에서는 자신을 가르치던 교관을 어쩔 수 없이 죽이고 그를 안고 울다가 다른 교관의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원희(임원희)
한상필의 조직원인 원희는 싸움도 못하면서 항상 강한 척하는 인물 중 하나로 1조 부대원이다. 오랜 기간 동안의 훈련 도중 갑작스럽게 대원 중 1명과 몰래 섬을 탈주하여 옆 섬에 있는 보건교사를 성폭행하다 걸려 강인찬에게 맞아서 생을 마감한다.
박찬석(강성진)
중간 중간 코믹한 연기로 재미를 주는 박찬석은 1조 부대원으로 외줄 타기 도중 추락을 하여 한쪽 다리를 크게 다친다. 원래대로라면 퇴출을 당해야 마땅하지만 조 중사가 특별히 급양병으로 남게 해준다. 부상자이지만 마지막 버스 탈취 시에도 함께 있지만 가장 먼저 죽게 된다.
관람평
한국 영화 산업이 성숙함에 따라 더 많은 장편 영화가 서양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실미도는 당시 그런 영화들 중 하나이다.
남한과 북한은 휴전 상태에 있지만, 북한은 지속적으로 간첩을 보내 남한의 상황을 교란시키려고 한다. 심지어 북한은 청와대를 습격하는 대담한 작전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에 중앙정보부는 평양을 반격하기 위한 특수부대를 창설하게 된다.
영화에 사용된 "충성"이라는 모토는 군 체제의 보수적 성향과 군 체제와 남한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분열을 잘 보여준다. 행동 규범으로서 충성심의 개념은 주요 줄거리 전환의 주제 기반이 된다. 실미도는 1등급 영화의 일부 페이싱 및 플롯 전개 요소가 부족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을 제공하며 액션 영화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대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막강한 전투 부대로 거듭나게 된다. 그들은 과거도 없고 운명에 대한 걱정도 없다. 그러나 어느 날 남한 정부는 정책을 변경하고 상설 명령을 철회하게 된다. 그래서 함께 살고, 훈련받고, 살아남은 사형수들로 이루어진 '684부대'는 아무런 목적 없이 남겨진 채 외교적 차원에서 잠재적인 화약고가 돼 버린다.
영화는 국가 정체성, 충성도, 책임, 의무, 믿음, 그리고 우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영화는 대담하고 폭력적이며 터프하다. 비인권, 야만의 시대였던 그 시대에 존재한다는 것. 어렸을 때는 그저 '우리나라에 이런 슬픈 사연이 있었구나' 하며 떨어진 눈깔사탕과 함께 닭똥같이 흘러내린 눈물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국가는 사회의 악인 사형수들에게 명예 따위 물려줄 생각이 없었다. 순진하게 그것을 믿은 건 그들을 훈련시킨 군인들과 당사자인 사형수들뿐이다. 아마 그들이 진정 김일성의 목을 따고 돌아왔더라도, 국가는 불편한 존재인 그들을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어차피 목숨을 한 번 잃은 사람들이다. 두 번째로 갖게 된 목숨이라 그들은 더 치열하게 살아갔던 것이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에도 들지 않는 '존재의 욕구'. 감독은 우리가 한 번도 느껴볼 수 없는 그 '존재의 욕구'를 집념의 캐릭터들과 국가의 만행을 통해 잘 표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