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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줄거리
붕당정치로 인해 혼란에 빠져 가던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역모의 씨앗은 커져만 갔고 이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버린 광해(이병헌)는 도승지 허균(류승룡)을 은밀히 불러 자신 대신 희생되어 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찾게 된다. 이에 도승지는 저잣거리에서 왕의 흉내를 내며 푼돈을 벌던 만담꾼 하선(이병헌)을 발견하고 그 즉시 궁으로 데려가게 된다.
어느 날 왕을 시해하려는 음모로 광해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허균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 하선을 데려와 당분간 임금을 대신할 것을 명하게 된다. 하선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거부하지만 재물을 준다는 허균의 말에 생각을 뒤집고 왕이 되기로 한다. 대역이라는 사실이 들키지 않게 허균은 최대한 왕의 역할을 축소하고 궁금한 것은 조 내관(장광)을 불러 조용히 물어보라 이른다.
광해군의 상태를 보러 간 허균은 독이 아니라 약에 취했다는 어의의 말을 듣게 되고 박충서(김명곤)는 그동안 광해에게 약을 먹였던 안개시를 죽이고 약초를 키웠던 밭마저 모두 태워 버린다. 화선은 왕으로서의 통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조 내관을 통해 공부도 하게 된다. 완전히 달라진 임금의 모습을 경계하던 의심의 눈빛들은 조금씩 하선의 비밀을 캐나가기 시작하고 급기야 정권을 노리던 이조판서 박충서는 왕이 직접 신하인 허균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수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화선은 농사꾼인 사월의 아버지가 관아에서 요구하는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빚을 지게 되고 그 빚으로 인해 그녀의 아버지는 형을 당하며 죽게 되며 궁으로 팔려왔다는 사연을 알게 된다. 다음 날 화선은 박충서를 쏘아붙이고 대동법을 펼쳐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을 신하들에게 강하게 명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란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는 것이라는 허균의 말에 중전을 몰아내는 세력 다툼으로 누명을 쓴 중전의 오빠 유정호(김학준)를 등한시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날 밤 자신의 오빠를 저버린 임금을 찾아 중전이 오게 되고 눈앞에서 은장도로 목숨을 끊으려는 그녀를 덮쳐 그녀를 제재한다.
다음 날 화선은 곧장 유정호를 찾아가고 그를 풀어주라 명한다. 한편 호위 무사 도 부장(김인권)은 얼마 전 하선의 손가락을 보고는 그가 가짜 임금이라 생각하던 차에 중전을 만나러 가던 그의 걸음걸이를 보고는 가짜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중전의 신체 비밀을 얼핏 본 하선은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자결하려는 도 부장을 혼내주며 기절에서 깨어나면 칼을 가지러 자신을 찾아오라 명한다. 도 부장이 살아야 자신이 산다는 말과 칼을 돌려주며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이 칼은 자신을 위해 써달라 근엄하게 당부한다. 이에 도 부장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얼마 뒤 무사히 깨어난 진짜 광해는 자신이 쓰러진 이유가 양귀비 때문이며 배후에는 박충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허균은 서둘러 궁으로 모시려 하지만 광해군은 박충서가 두려워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고 자신의 대역인 하선부터 없애라 명한다.
궁에서는 유성호가 풀려난 것에 불만을 가진 박충서가 유생들을 내세워 중전을 폐위시키라 주장한다. 계속되는 압박에 지쳐가던 하선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중전을 보게 되고 그대로 유생들의 등을 밟고 중전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하선의 비밀을 박충서에게 들킨 것도 모자라 궁 안에선 가짜 임금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해 중전은 왕의 왼쪽 가슴에 있던 상흔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게 되고 결국 중전에게 모든 거짓말을 들키게 된다. 이 사실을 안 허균은 돈을 지불하며 궁에서 나가라고 한다. 하지만 하선은 궁녀 사월의 얼울함을 풀고 나가고 싶다 말하고 허균에게서 받은 돈을 사월에게 건네준다. 사월에게 한 상궁(박지아)의 협박으로 독을 왕의 음식에 넣으라 하고, 중전을 만난 하선은 칼을 잘라버린 은장도를 돌려주며 다음날 밤 궁에서 나간다는 작별을 고한다.
사월은 왕대신 자신이 독이 든 음식을 먹고 희생당하게 되고 임금 시해 사건으로 지목된 절도사 이정랑(신정근)이 잡혀가게 된다. 그러자 박충서는 대신들을 모아 가짜 왕을 몰아내기 위한 논의를 하게 되고 임금의 시녀상궁에게서 광해군의 왼쪽 가슴에 있던 상흔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심상치 않은 박충서의 움직임에 허균은 하선에게 궁을 떠나라 하지만 그는 사월의 복수를 하고 가겠다 한다. 허균은 자신이 도와줄 테니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진짜 왕이 되라고 하고 하선은 남을 죽이는 왕의 자리를 거절한다.
군사들을 내세운 대신들이 가짜 임금을 몰아내기 위해 궁궐로 향하게 되고 그 앞에 광해가 나선다. 용포를 벗겨 가슴에 화살을 맞은 상흔을 확인한 대신들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군사들이 닥치기 바로 전 두 임금을 섬겼다 자백하던 허균은 지난 보름간의 승정원일기를 진짜 광해에게 보여주었고 일기를 본 광해는 직접 자신이 나선 것이다. 결국 박충서와 그를 따르던 대신들은 최후를 맞이한다.
이후 도 부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용상에 앉았던 하선을 처리하는 일이다. 하지만 도 부장은 하선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 보내주고 뒤 이어 따라온 추격자들과 맞서게 된다. 이미 그의 마음속에 진정한 왕으로 자리 잡은 하선을 위해 자신을 바쳐 혈투를 하게 되고 불길한 느낌을 받은 하선은 도 부장에게 다시 돌아온다. 하선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도 진짜 왕이라 생각하며 그를 구해준 도 부장은 하선의 맨발을 감싸 안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무사히 목숨을 구한 하선이 배를 타고 조선을 떠나던 그때 멀리서 자신을 보러 온 허균을 발견하게 되고 두 사람의 슬픈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광해군
광해군은 조선 14대 왕 선조의 아들이다. 광해(光海)의 뜻은 빛나는 바다이다. 원래 광해군은 왕이 될 수 없는 자격을 가졌다. 공빈김씨라는 '첩'의 '둘째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전쟁이 발발하고, 선조는 서울에서 의주로 피신했다. 백성들은 왕이 자신들을 버리고 간 사실을 알고, 화가 나 경복궁에 불을 질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선조는 급히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고, 그에게 민심을 수습하라는 임무를 맡겼다. 자신은 안전한 곳에 피신해있고, 광해군을 대신 총알받이로 내보낸 것이다. 이후 광해군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시작한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선조의 인기는 떨어지고 광해군의 인기는 올라갔다. 선조는 이런 광해군을 시기 질투하기 시작했다. 이후 선조는 인목대비라는 새로운 왕비를 맞게 된다. 인목대비는 영창대군이라는 아들을 낳았고, 선조는 세자 자리를 광해군에서 영창대군으로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선조가 죽었고, 결국 광해군은 왕이 될 수 있었다.
광해군의 업적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호패제 (주민등록증)를 추진했고, 허준을 시켜 동의보감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소실된 창덕궁과 경희궁을 재건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경제적 업적은 바로 '대동법'이다. 대동법이란 공물 (특산물)을 쌀로 통일해 바치게 한 납세제도이다. 쉽게 말해, 광해군은 대동법을 도입해 불합리한 세금 제도를 개혁하고자 했다.
광해군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동법'을 도입하게 된다. 대동법은 토지를 가진 사람에게 쌀로 세금을 부과한 세금 제도이다. 집을 가진 사람이 특산물로 납세하던 공납이라는 세금 제도를 없애고, 이 대동법을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재산이 많고 부유한 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만 했고, 가난한 백성들은 세금을 덜 내도 된 것이다. 현재로 따지면, 종합소득세와 같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는 명과 후금(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중립외교를 펼치며, 조선의 이득을 챙겼다.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을 먼저 살펴보자.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정명가도 (명나라를 공격하는데 필요한 길을 빌려 달라)를 외치며 조선을 공격했다. 이때 명나라는 조선에 대군을 파병하게 되고, 결국 임진왜란은 명과 조선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전쟁 이후, 조선은 나라가 완전히 박살 났고, 명나라는 무리한 파병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그 당시, 여진족은 후금이라는 나라를 만들어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후금은 명나라를 공격하게 된다. 이때 명나라가 조선에 도움을 요청했다. 의리와 명분을 본다면, 조선이 명나라를 도와주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광해군은 다르게 행동했다. 현재 조선의 상태는 누구를 도와줄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막강한 힘을 가진 후금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조선이 망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하게 된다. 명분보다는 나라를 위해 실리를 따졌다. 광해군은 명나라에 2만 명의 군사를 파병했다. 하지만 동시에 후금에 서신을 보냈다. 서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명나라가 두려워 2만의 군사를 파병했으나, 후금과의 싸움을 원치 않으니, 부디 우리 군사들을 무사히 조선으로 돌려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대동법은 돈이 많고 부유한 양반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또한 당시 사대주의 사상에 빠져있던 성리학자들은, 아버지 나라인 명을 배신하고 후금이라는 오랑캐와 손을 잡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광해군은 대동법과 중립외교만으로 이미 신하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었다.
광해군 집권 시절, 북인과 서인의 대립이 심화되었다. 북인은 비교적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정당이었고, 서인은 비교적 명분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정당이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때 자신과 함께한 북인을 신뢰했다. 특히 그중 이이첨이라는 신하를 신뢰했다. 이이첨은 광해군에게 왕위에 위협이 될만한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폐위시켜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광해군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후, 인조반정이 일어나 광해군은 폐위되었다. 그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와 함께 강화도로 유배당했다. 아들은 땅을 파서 유배지에서 탈출하려다 붙잡혀 죽임을 당한다. 이후 며느리는 스스로 목 메달아 자살하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아내도 화병으로 죽게 된다. 결국 광해군은 홀로 남게 된다. 군관들도 광해군을 무시했고, 결국 그는 이렇게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단순히 흥미로운 스토리를 넘어, 여러 면에서 흠잡을 곳 없이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스토리 전개 속도가 적당하고, 억지스러운 전개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소소하게 등장하는 웃음 포인트는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조절하며, 과거 조선의 생활양식까지 정교하게 고증된 부분에서 감독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동안 어떤 부분에서도 거슬리는 점이 없었다. 또한, 영상미도 뛰어나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병헌의 연기이다. 이병헌은 조선의 왕 '광해'와 저잣거리의 광대 '하선'을 1인 2역으로 연기하는데,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표정, 말투, 목소리 톤, 몸짓 등에서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마치 쌍둥이처럼 얼굴만 같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광대 '하선'이 처음 왕의 대역으로 연기할 때의 어색함에서 점차 왕의 역할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병헌의 이러한 연기는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주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의 연기력이 절정을 이룬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에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다. 특히 명나라에 군사를 파견하면서 금나라에 서신을 보내 중립외교를 펼치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이 장면은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 어떤 가치관과 리더십을 지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리더십은 현대사회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도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선이 백성을 생각하는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의 리더들도 조직원들을 아끼는 태도를 최우선적으로 가져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병헌과 류승룡의 케미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이다. 실력파 배우 두 사람이 만나 2를 넘어 3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허균(류승룡)의 엄격하고 진중한 모습에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소소한 코미디는 작품의 몰입감을 깨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메인 스토리에 녹아들었다.
중전 역의 한효주는 그 미모로 순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등장하는 순간마다 감탄을 자아내며, 그 아름다움이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이 외에도 김인권, 장광, 심은경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여, 영화 전체의 균형을 맞추고, 완성도를 높였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사극영화입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과 같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 소소한 코미디, 배우들의 연기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서양식과 달리 한식처럼 먹어도 속이 편안한 것처럼, 이 영화도 깔끔하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영화는 드물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